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 생각이 난다.
나이에 맞지 않게 호리호리한 체격에 좀 스포티하고, (영리하고 기민한)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인데
한날 산악공원 같은데로 단체 소풍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 분이 체력을 관리한다며, 운동 삼아 우리 반을 관리하는 건 반장이나 다른 선생님 몫으로 맡기고선
트레이닝복을 입고선 조깅을 했다.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뛰는 모습은 압권이었는데, 아마 깨나 애연가셨던 것 같다.
헌데 지금은 그 씬이 내가 직접 본 광경인지, 아니면 전해들은 내용으로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건지, 또는 그 전해들은 내용조차 성장하던 내가 만들어낸 것인지 헷갈린다.
몇년 전의 기억이란,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여하간 몇년 전의 기억엔 이런 노이즈가 낀다.
뭐가 현실이고 허상인지, 뭐가 참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안될 수 있다는 말이다.
기록을 남겨서 기억을 남겨서
꼭 그래야만 좋은 것은 아닐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는 그렇게 변해갈 것이란 건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