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남미 여행 프롤로그(직장인 3주. 24일. 페볼아칠)
#1. 내 여행 스타일
시작부터 주절주절 얘기가 밖으로 새버렸으나 처음은 모두가 어색하고
누구에게 평가받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편하게 써보려고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첫발을 뗐다는거의 의의를 두기에는 또 할일이 굉장히 많네
기본적으로 수년간 정립된 내 여행 스타일은
1. 혼자 떠나는 여행
2. 관광지에 집착하지 말자
3. 화려하지 않은 것들
위 세가지 컨셉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씨리어스하게 생각해서 꼽은 세가지도 아니니까 누구든 오해는 않았으면 한다.
각 항목에 설명이 좀 필요하겠지 간결하게 써보자
1. 혼자 떠나는 여행
독일에서 교환학기를 보낼 때, 같이 갈만한 친구도 딱히 없었지만(물론, 연말에 경현과 민섭을 바르셀로나에서 만나서 보낸 시간들은 정말 정말 즐거웠다) 내가 가고싶은 곳을 자유롭고, 없는 돈에 내 맘대로 타임스케줄을 짤 수 있다는 점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물론 나는 혼자 떠나기만 하지 막상 혼자 돌아다니는 시간은 짧은 것 같다. 동행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하니까... 그들과 나눴던 음식과 대화, 사진 찍어주던 것들과 술잔, 그리고 감정들은 얼마나 소중할까. 나 밖에 없는 거니까. 그래서 혼자 잘 다니고 한다 지금껏. 남미도 그래, 누가 3주반의 스케줄을 맞춰주나? 찾을 방도도 찾을 자원도 의지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난 혼자 가기로 했다.
2. 관광지에 집착하지 말자
우선적으로 나는 여행지를 가서 관광지를 보고 뭔가 하고 이런 것보다 그곳에 간다라는 사실 자체에 보다 큰 의미를 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장 찍기를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또 한 곳에 머무르고 내 숙소 주변 길거리가 익숙해지는 것이 내게 정말 좋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관광지에 가서 기쁘고 complete 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잘 없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소품샵이나 미술관이나 이쁜 것들, 평화로운 풍경 같은 곳들에서 더 오래갈 감상들을 가져가는 것이지. 그래서 남미 여행에서 마추픽추 갈 때 특히 고생 좀 했더랬다ㅋㅋ 막상 가서도 그냥 그랬지 혼자 가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좀 아쉬운 기억 중 하나.
3. 화려하지 않은 것들
화려라고 했지만 뭔가 미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아직까지 배낭여행 컨셉이 좋은 것 같다. 짠돌이식 소비패턴이 익숙해서 그런지 우선 accomodation!! 나는 여러명 묵는 믹스돔의 호스텔이 더 익숙하고 좋은데. 혼자라서 적적한 기분이 들지는 않으니까 최소한. 그리고 길거리 음식이나 저렴한 것들 잘 사먹기도 하고. 매번 호텔 자게 될 날은 아직 좀 멀은 것 같다. 그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너무너무 깔끔한 스튜디오 개인실로 연박하면서 요런 것도 좋구나 시각을 좀 넓혔었지.
#2. 일정
작년의 성탄절 밤에는 내가 할 게 별로 없었나보다. 요렇게 남미 일정을 아무도 몰래 계획했었네. 크게 크게 짠다고 생각만 했지 도시에서의 디테일이라든지 숙소라든지 크게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일정이 계획되고 나서는 항공이동편과 첫도시 리마에서의 숙소정도 예약을 했던 것이다. 여행이란 어찌될지 모르니까. 그래도 마추픽추도 잘 다녀오고, 우유니에서 너무 멋진 사진들 많이 남기고. 아타카마도 잘 넘어갔었고, BA에서의 설레는 시간들과 파타고니아의 투어까지 거의 완벽했던 여행이 아닐까 싶다.
아래처럼 온갖 가능성과 예산등을 따져가면서 워크시트를 꽤 만들었었네ㅋㅋㅋ
내가 참고했던 블로그가 어디있지... 3주반정도 나의 일정과 비슷했던 블로그였고 큰 그림들은 그 일정을 많이 따라했다고 본다. 거기서 뭐해야하는지 잘 개념이 없었으니까 엄청 짱구 굴려가면서 일정을 만들었다. 그거 찾고 싶은데 잠시만... 아 바로 찾았다. 티스토리였거든 그 분도ㅎㅎ(감사합니다!)
일정을 copy했다기 보다는 이런식으로 정리하면 좋겠다 싶었던거지만... 꽤나 용기를 줬던 포스팅이었던 것 같다.
텍스트로 다시 옮겨보자면
리마IN - 쿠스코(마추픽추) - 우유니 - 아타카마 - 부에노스아이레스 - 엘칼라파테 - 푸에르토나탈레스 - 산티아고 OUT
아 내 여행이여... 엄청 센치해지네 글로 적고 있자니 ㅎㅎㅎ 또 계속 사진 보면서 기억하는건 꽤 즐거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3. 예산
독일에서 공부하던 시절과 나는 다르다. 어차피 화려하지 않을 여행이었고, 항공편은 백만원 가량이었으며 황열병 주사니 하는 것도 다 맞았다. 가서 크게 들 돈이라면 뭐 마추픽추나 빙하트레킹 정도겠지 싶었고. 돈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으며 그 어느나라를 이정도 스케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적게 들었다. 얼마를 환전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남들보다 적게 들었음 적게 들었지 소박했던 소비였던 것 같다. 술이나 좀 마시고 그랬었지 뭐.
#4. 후기
힘든 순간들이 분명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다 내가 커버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즐기려고, 경험하려고, 보고 마시려고, 간건데 슬퍼하거나 지칠 이유 없잖아 싶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도 있었고. 그래도 앞으로 살아가는 때에 종종 꺼내볼 추억이고 사진이고 영상들이 내게 남았다. 분명히 나와는 맞지 않는 여행지였다. 그래도 무사히 다녀옴에 감사드리며 이 느낌이 점점 익어가는 시간들을 기다려야지. 아... 떠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