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refore i think

동역학 시간의 writing

기억서랍 2017. 9. 24. 13:46

며칠 전 동역학 2시간 연강에 백지에다, 순간 드는 생각을 마구 휘갈긴 적이 있다.

큰 토픽의 나의 유럽인데, 샤프가 멈추지 않고 움직이게 되더라고...

재독할 겸 해서 타이핑으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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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이랑 갔던 하이델베르크가 꽤 기억에 남는다. 한달 반 상간으로 다시 찾은 하이델베르크 성.

이에 앞서 들렀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약국에 들러 그는 마스크를 샀고, 우리는 시내백화점에서 유료 화장실을 갔다. 조금만 더 걸으면 시내 캠퍼스 학생식당이었는데.

내 카드에 충전을 하고 야외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 뒤가 하이델베르크 성이였는지. 한참을 걸어 올라갔던 것 같고 사진을 몇장. 함께도 몇장. 약 10개월, 11개월이 지난 지금 그 도시의 잔상이 많이 남네. 3박4일이었나? 하일브론에서 저녁에 出. 밤에 그를 다시 재회했고 우린 프링글스와 함께 술을 마셨지. 천천히 일어나 그 날은 프랑크푸르트(딱히 볼 것도 없었던) 시내를 둘러보았는데. 워낙에 특색 없는 도시라 별 기억도 없다가도. REWE에서 샐러드거리 사다 요기를 하고 작센하우젠이라는 동네로 걸어갔는데(거기 향토스런 음식점들이 꽤 있다기에). 꽤 헤매면서 걸었던듯 싶다.

가던 길에 스트릿 패션 편집샵(왜 그 흔히 있는... 주인장은 비니를 쓰고 맥북으로 힙합, 또는 칠한 음악을 틀고)(아 또, 벽에 크루져보드와 나이키 콜렉션, 조금 이쁘지만 크게 비싼 체크무늬 셔츠들)이 있어서 들어갔지. 주인장에게 되게 이쁜거 많이 판다고 칭찬을 했고. 그는 자기도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며. 그러고 우린 마인강을 따라 걸었다. 이 뷰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직도 그 마천루(라기엔 조금 부족한)와 앞의 강물 반짝반짝. 우린 연신 사진을 찍어댔고. 이 때 찍은 사진을 난 카톡 배경사진까지 썼었지. '유랑'에서 동행을 구해 근처 맛집을 가기로 했다.

독일식 레스토랑이었는데 운 좋게 별로 기다리지 않고 시끌벅적한 식당안에서 음식 몇개 시키고 기분 좋게 맥주 한 잔. 이후 근처 슈퍼?에서 맥주와 스낵을 사고 우리들과 그녀는 강변벤치에 앉아 한참을 도란도란. 주제는 유럽에 대한 감상보다. 여느 한국에서나 나눌 수 있는 그런 신변잡기와 농담으로 귀결됐던 것 같다. 중간에 웬 행인이 돈 줄테니 술 달라고 해서 술 다 떨어졌다고 거짓말했는데. 깨나 늦게까지 우린 밖에 있었고. 그녀의 하이델베르크 행 버스 예약을 도와주고 우린 헤어졌다.

와중에 나의 베를린 막바지에 어디였던지 홀로 들른 Barbour 매장이 생각난다. 별거 안하고, 오래 있지도 않았지만 베를린도 꽤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런던, 세비야, 파리, 슬로바키아, 겐트와 브뤼셀, 난 유럽 대륙 곳곳에 발걸음을 찍고 내딛으며 뭘 추구했던걸까? 무엇을 좇아 난 짐을 싸고 인터넷으로 숙소 예약을 하고, 유랑에 글을 올렸을까? 무엇인지 확실하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 불과 얼마전 일처럼 생생히 남아 있는데. 재수강 동역학 수업시간에 끼적인 위의 내용들. 아직도 내 구글 포토는 제대로 들여다본적도 없고. 아직도 내 티스토리 블로그는 부족한 기능에 깨나 불편하다. 내겐 '아직도'로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데. 최근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아쉬움, 쓸쓸함, 외로움. 이 가을 같은 감정은 어째해야 돼.